- 장미와 레몬 (1978)
-
- 원계홍
- 캔버스에 유채
- 31×40.7cm
- ⓒ원계홍기념사업회
- 개인 소장
“회화의 본질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다” 원계홍
“장미만 잘 그려도 대가가 될 수 있다.” 한국 근대 화가 원계홍이 회화의 본질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며 남긴 말입니다. “자연은 구와 원통, 원뿔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을 남긴 세잔이 사과를 통해 회화의 원리를 터득했듯, 원계홍 역시 매일 새벽 장미를 사 와 화병에 꽂고, 테이블 위 장미를 다양한 각도에서 그리며 기본기를 쌓고 회화의 원리를 익혔습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회화의 본질이자 변하지 않는 지고의 아름다움을 화면에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이처럼 치열하게 그림을 그렸던 원계홍의 삶은 어땠을까요? 그는 5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생애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전시는 미술계의 큰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그는 “막상 걸어놓고 보니 건질 만한 작품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며, 여전히 회화의 본질을 추구했습니다. 그의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려던 찰나, 그는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고, 이후 오랫동안 잊혔습니다.
100년이 지난 2023년,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원계홍 탄생 100주년 전시는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냈습니다. 두 명의 소장가가 40여 년간 보관해온 작품 100여 점이 공개되었고, 전시는 대성황을 이뤘습니다. BTS의 RM을 필두로 한 젊은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전시 기간은 연장되기까지 했습니다.
100여 년 전, 전쟁과 혼란의 시대를 살아간 원계홍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가 평생 추구했던 ‘회화의 본질’ 역시 전부 헤아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하나의 가치를 위해 삶 전체를 바친 그의 정신은,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