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들
캐럴라인 냅 저/정지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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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하우스
우리 시대 여성의 내면을 다정하게 비추었던 작가 캐럴라인 냅
그가 거식증으로 고통받았던 시절을 회고하며 써나간 여성의 욕구와 사회적 압박에 대한 글
여성이 글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돈이 있어야 한다는 백 년 전 버지니아 울프의 말에 전제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그 방에 거울과 저울이 없어야 한다고. 이 책은 살려면 먹어야 하는데 먹기를 거부함으로써 ‘사회적 생존’을 도모했던 한 여성의 서사가 담겼다.
긴 책이 지루할 틈이 없다. 실제로 몸이 깎이는 고통에서 온 통찰, 속도와 밀도를 갖춘 문장과 표현이 촘촘하다. 만약 당신이 죽음을 앞두고 “내가 좀 더 많은 시간을 다이어트하는 데 보냈더라면” 후회하진 않을 거라면, “몸과 더 느긋한 관계”를 맺고 싶다면 지금 읽어야 할 책이다. 식욕을 통제하며 욕구를 단속하는 자기 학대에서 자기 돌봄으로 나아가는 법을 캐럴라인 냅은 ‘자기만의 방’에서 길어올렸다.
- 은유 (에세이스트,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