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이라고 하면 대부분 중고거래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플랫폼에서 소자본으로 새 상품을 판매해 월 순익 1,500만 원을 만들어낸 사람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운영하던 영어학원이 파산한 뒤 전혀 다른 길을 개척한 ‘일평사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의 방식은 특별한 비법이 아닙니다. 화려한 브랜딩도, 거액의 마케팅도 필요 없었습니다. 대신 그는 다섯 번의 시도 안에서 나만의 품목을 찾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며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결국 성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합니다.
네네의 파이프라인 두 번째 이야기. 일평사장의 경험이 여러분께 작은 시도의 힘을 전해주길 바랍니다. - editor 김혜연 (경제 · 경영 MD)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온라인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상품으로 판매를 시도했기 때문에 첫 번째로 무엇을 팔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으로 의미 있는 수익을 안겨준 상품만큼은 분명히 기억합니다. 바로 천연 해면 스펀지였죠.
이 제품 덕분에 한 달에 약 100만 원의 순수익을 올리면서 “온라인 스토어, 해볼 만하다”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치열한 레드 오션이었습니다. 주요 키워드들은 대형 상점들이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자연스럽게 소형·세분화된 키워드를 공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콘셉트는 ‘천연 용품’이었는데요. 천연 비누, 천연 스펀지처럼 기능에 프리미엄이 더해진 제품들을 판매했습니다. 다행히 이런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마진율이 높아, 스펀지 카테고리에서 1등 판매자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판매 전략에도 고민이 있었습니다. ‘천연’에서 멈추지 않고, 당시 유행하던 제로 웨이스트 트렌드를 반영해 소비자가 검색할 만한 키워드를 잡았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관련 단톡방에 들어가 활동하며 소비자 반응을 살폈고, 이런 작은 노력이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알게 된 건, 장사는 단순히 상품을 올리고 컴퓨터를 잘 다루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 그 자체가 내공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이는 훗날 더 큰 도전을 준비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당근 마켓과 엄청난 인연을 맺어준 계기는 바로 딸기청이었습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딸기청은 6개월 만에 매출 20억, 많게는 40억까지 찍히던 폭발적인 시장이었죠. 단 한 번도 사 먹어본 적도 없던 상품이었지만, 그 규모를 보고 저는 ‘이거다’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나도 한 번쯤은 대박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뛰어들었죠.
하지만 현실은 처참했습니다. 이미 소수의 강자들이 1페이지를 독식하고 있었고, 제가 가진 기술과 노력으로는 절대 뚫을 수 없는 벽이었습니다. 아무리 상위 노출을 노려도 매출은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시장일수록 기회의 문은 닫혀 있다는 사실을 그때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게다가 저는 늘 사입 전략을 고집했습니다. 위탁 대신 직접 물건을 들여와 집에 쌓아두고, ‘안 되면 당근이나 중고 나라에라도 팔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죠.
그런데 딸기청은 달랐습니다. 냉장 보관과 허가증이 필요한 상품이라 쌓인 재고는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창고를 빌려 보관하고, 팔리지 않으면 파산이 눈앞에 다가오는 상황. 모든 게 막혀버린 듯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게 당근 마켓이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딸기청을 올려봤는데, 뜻밖에도 판도가 달랐습니다. 스마트스토어에서 수십, 수백 명의 경쟁자와 맞서야 했다면, 당근에는 제대로 새 상품을 파는 사람이 열 명도 안 됐던 겁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