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최소한의 선의』 등으로 합리적 개인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유쾌한 필치에 담아온 문유석. 2020년 판사의 법복을 벗고 프리랜서 드라마 작가로 전업한 뒤 그의 두 번째 삶은 어땠을까? 조직으로부터 자유의 몸이 된 뒤 경제적 자유와 온전한 정신적 자유까지도 쟁취하며 새로운 삶의 모델의 개척자가 된 것일까?
누구나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을 터, 두 번째 삶을 살기로 결심하기까지 고민은 짧지 않았다. 판사 블랙리스트 등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법원의 결정적 순간을 마주한 뒤 그는 비로소 법복을 벗고 자유인이 되기로 결심했지만, 법원 밖이라 하여 ‘자유로운 삶’이 그를 기다린 것은 아니었다. 조직 안에서 살아남는 것만큼이나 온전한 개인으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재테크부터 건강관리, 노화, 작가라는 또 다른 직업인으로서의 고민까지... 이제 그는 판결하는 삶에서 질문하는 삶으로, 드라마 속에서 흐려진 정의와 우리 사회의 기준을 묻는 삶으로 자리를 바꾸어 새로운 삶의 고민을 다시 쓴다.
비록 삶의 터전을 바뀌었을지라도 그는 시종일관 강조한다. “앞으로 내가 몇 번의 새로운 삶에 도전하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이전의 생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성공이었든, 실패였든” “첫 번째 삶과 두 번째 삶은 단절된 것이 아니었다”라고. 삶의 후반부를 완전히 다른 서식지로 옮긴 한 자유주의자의 4년간의 임상기록을 작가 특유의 유쾌하고도 솔직한 문체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