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 글그림
문학동네
60만 독자와 함께한 『긴긴밤』의 감동을 잇는 루리 작가 신작
무슨 바람을 따라왔는지 우리는 다 여기서 만났어
사람들은 그 집을 올리브나무 집이라고 불렀다.
그 집에는 커다란 올리브나무가 있고,
그 나무 이름을 딴 나나 올리브가 살고 있다고 했다.
누군가는 나나 올리브가 젊은 사람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노인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개가 한 마리 있었다고 했고, 누군가는 여러 마리였다고 했다.
사람들마다 얘기가 달랐다.
하지만 그 집에 가면 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은 모두가 똑같이 했다.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의 이야기로 60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 루리 작가가 신작으로 찾아왔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오랜 세월 한 번도
문이 닫힌 적이 없었던 올리브나무 집과 그 집을 지키는 나나 올리브와 얼룩무늬 개, 그리고 그 집 문기둥에
키 눈금을 새겼던 이들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삼십 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리브나무 집을 찾아 나선 이제는 어른이 된 한 소년에게서 시
작된다. 그 집은 어디에 있을까? 기억을 더듬으며 찾아간 그 집은 초록색 이끼로 덮여 있고 벽은 여기저기 무
너져 있다. 소년은 그 집의 주인이었던 ‘나나 올리브’를 찾고 싶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그녀에 대한 기록은 찾
을 수 없다. 대신 소년은 낡은 노트를 발견한다. 글 첫머리마다 ‘나나에게’로 시작하는 이 노트는 스스로를 ‘코
흘리개’로 칭하는 누군가가 ‘나나 올리브’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이 이야기는 구멍이 나고, 망가지고, 사라져 가는 것들 속에서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는 절망의 순간에도, 우리 삶을 붙들고 우리를 일으키는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폭격으로 허리가
꺾였지만 연두색 싹을 뻗어 인사를 건네는 올리브나무처럼, 다리를 다친 개에게 소년이 만들어 준 보조바퀴처
럼, 쓸모없어진 것들이 모여 소리를 내는 풍경처럼, 구멍 뚫린 천장으로 바라다 보이는 밤하늘 아래 몸을 바짝
붙인 이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