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머나먼 북방에서 날아온 작은 새 한 마리의 죽음이 600년 수령의 거대한 팽나무 '할매'를 탄생시키는 장엄한 생명의 순환으로 시작된다. 나무의 깊고 묵묵한 시선을 통해 대기근의 비극과 스님의 깨달음, 천주교 순교의 역사, 우금치에서 스러진 동학농민군의 함성, 그리고 새만금 갯벌의 마지막 숨소리와 미군기지 반대 운동까지 이 땅을 스쳐간 수많은 존재들의 이야기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이것은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서로의 삶에 깊이 관여하며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완성해가는지를 보여주는 압도적인 소설이자,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존엄을 향한 묵직한 질문이다.
사진 ⓒ전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