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저/이주향 그림
달
“나는 그 시간에 대해, 새벽 네시에 대해 말하고 싶다.
하루 중 온전히 나로만 존재해야 하는 시간에 대해.”
『천 개의 파랑』『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천선란 소설가 2년 만의 신작 산문!
소설가 천선란의 첫 여행그림책 『빵, 공원, 농구하는 소녀』가 이주향 작가의 그림과 함께 출간되었다. 얼떨결에 떠나게 된 독일 뮌헨에서의 한 달, 소설가와 딸이라는 두 개의 가면을 벗고 “그냥 사람”인 자신과 처음으로 오래 마주한다.
“긴 시간 새벽 네시에 눈뜨는 삶을 살아왔다.” 소설가로서의 나, 딸로서의 나 사이에서 “나로서의 삶”은 언제나 삭제되어 있었고, 그 텅 빈 ‘나’를 새벽마다 마주해야 했다. 뮌헨에서도 어김없이 새벽 네시는 찾아왔고, 이번에는 그 시간을 피하는 대신 도시 곳곳의 거대한 공원으로 걸어들어갔다. 낯선 언어와 낯선 사람들 속에서 노래도 없이 연락도 없이 온전히 ‘한 명’ 혹은 ‘한 개’로 존재하며 ‘나’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니.” 그리고 스스로 답한다. “너는 그냥 사람이야.”
『빵, 공원, 농구하는 소녀』는 딱딱한 독일 빵과 수많은 정원, 낡은 골대에 매일 농구공을 던지는 소녀, 아빠를 만나러 온 네 살배기 은제까지, 뮌헨에서 스친 존재들을 통과하며 자신의 민낯을 마주할 “자기만의 공원”이 필요한 우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채화로 그려낸 이주향 작가의 그림은 그 낯설고도 고요한 시간을 따라가며 글 사이로 흐르는 새벽과 공원의 공기를 아름답게 잡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