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사 저
마롱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열여덟의 봄, 승윤이 증발하듯 사라졌다.
규연은 시작도 해보지 못한 첫사랑을 잃었고,
그 이후의 매일은 걸음마다 가라앉았다.
그러므로 이 명제는 참이다.
저를 짓누르는 현실에서 도망치듯
한국을 떠났던 규연은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다.
너와 내가 우리였던, 그 아늑하고 아름다운 마을로.
“살아 있었어……?”
“나는 그 약속을 지키러 왔어, 규연아.”
서른의 봄, 죽은 승윤이 살아 돌아왔다.
그 애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아주 오래된 약속을 들고.
그렇다면.
과연 그 명제는 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