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저
세미콜론
대한민국 ‘일상/토크’ 1위 팟캐스트 [여둘톡]
황선우가 발견한 정직한 손과 사랑과 돌봄,
한국 여자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하여
한국인이라면 김치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모두 엄마 뱃속에서부터 김치에 대한 선행학습을 그 무엇보다 빠르게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집집마다 대를 이어 전해지는 김치 레시피도 아니고, 김장철마다 대한민국 면면촌촌에서 고생하시는 어머니의 노동과 희생정신에 감사하자는 이야기도 아니고, 김치의 위대함을 설파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에는 여러 한국 여자들이 등장한다. 동거인이면서 함께 책을 쓰고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김하나 작가, 나를 먹여 살린 가장 가까운 가족인 엄마, 대학 시절 고향에서 보내온 먹을거리를 나눠준 기숙사 선배 언니, 해마다 김장을 집안 최대의 축제로 기획하고 주최하는 일명 ‘김장 마스터’, 추운 겨울 탄핵 집회 현장에 나선 이들을 걱정하며 따뜻한 음식을 보내는 이름 모를 사람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맛있음을 즐기고 서로의 배고픔을 살피는 우리에게도 그런 여자들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이들은 혈연이라는 틀 바깥에서 새로운 형태의 돌봄을 주고받으며 다정과 사랑과 식량을 나눈다. 같은 문화권에서 자라 마음 한켠에 유년의 공통된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밥 한 숟갈과 반찬 한 젓가락만으로도 서로를 알아본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먹이고 돌보며 ‘우리’를 ‘우리’로 만든다.
황선우 작가 역시 한국 여자로서 여러 역할과 정체성을 살아낸다.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사회 초년생을 지나, 구립 오케스트라 플루트 파트 단원, 동거인에게 날마다 다른 비빔국수를 만들어주는 요리 담당,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작가, 부대찌개에 김치를 추가해서 먹는 구체적인 행복을 아는 ‘묵고재비’,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제작하는 팟캐스터 등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딸이고 때로는 친구이고 때로는 일하는 사람 황선우의 시간이 김치통에 꾹꾹 눌러 담은 김치처럼 이 책에 들어 있다. 생생한 경험과 성실한 취재에서 길어 올린 글은 한 장 한 장 공들여 적은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