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경 저
난다
고선경 시인 12월 이야기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기억까지 끌어안고 가는 0.1의 마음
고선경은 이번 책에서 이십대의 끝을 마주하여 가슴 떨리게 설레고, 손에 땀을 쥐도록 긴장하느라 자주 우스워졌던(「나 여기 살아」) 시절의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기억을 시와 산문, 편지, 일기 등으로 담아냈다. 시인에게 12월은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0.1의 가능성에 기대어 영영 꿈꿔볼 수 있는 달이다. 온몸을 던져 끌어안고 싶은 사랑의 마음을(「원하기도 전에 이미 사랑하고 있어」) 곱씹고 되돌아보는 한 해의 마지막이자, 이십대의 마지막 달. 눈보라와 입김과 흰빛과 체리 향과 함께 흩어지는(「스노우볼」), 황량하고 아름다운 겨울날. 시인은 술에 취해 고꾸라지느라 커다란 보랏빛으로 피멍이 들었던 무릎과(작가의 말) 순식간에 어질러진 마음처럼(「Winter Baby」), 여전히 감추고 싶은 부위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구질구질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무수한 실망을 겪고도 여전히 기대를 건다. 동경과 열등감에 찬 짝사랑에 시달리고, 좋아하는 아이돌을 가까이서 볼 수 없어 가슴 아파하면서도 그저 그런 간식을 보다 맛있게 먹을 방법을 찾아내고야 마는 것이다(9일 산문). 한겨울 빙판길 위에서 많이 미끄러진대도(「나 여기 살아」), 실망하고 상처받고 다시 기대하느라 헐어버린 마음을 애착하며(「너에게 기대」) 계속해서 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