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자 달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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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 조선시대
- 높이 41.0cm, 입지름 20.0cm
- 바닥지름 16.0cm, 몸통지름 40.0cm
- 국립중앙박물관
비워냄으로써 오히려 채우는 무심함 - 달항아리
한국 미술사, 나아가 동양 미술사가 서양 미술사와 다른 점 중 하나는 바로 ‘도자기’입니다. 서양 미술사의 관점에서 도자기는 예술이 아닌 공예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도자기의 역사가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예에서도 ‘미(美)’와 ‘용(用)’이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심한 경지에서 이루어내는 더 높은 차원의 미학이라는 관념도 존재합니다.
도자기는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도자기를 보며 "멋지다", "아름답다", "우아하다" 등 여러 감정을 본 대로, 느낀 대로 말하곤 합니다. 이러한 미적 향유와 태도를 통해 우리의 정서는 순화되고 치유됩니다.
달항아리는 달덩이 같은 둥근 항아리를 만들고 싶어 했던 도공의 예술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커다란 사발 두 개를 이어 붙여 만들었기에, 기하학적인 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둥그스름한 볼륨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비정형의 둥근 선이 어진 맛을 느끼게 하며 더 큰 미감을 전달합니다.
많은 예술가는 달항아리에서 큰 영감을 얻었습니다. 혜곡 최순우는 "원의 어진 맛이 흰 바탕색과 아울러 욕심이 없고 순정적이어서, 마치 인간이 지닌 가식 없는 어진 마음의 본바탕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현대 도예가 박영숙은 "보고 있자면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집니다"라고 말하며 그 매력을 전했습니다. 단순한 전통 기물을 넘어, 비워냄으로써 오히려 넉넉하게 채워주는 무심하고도 깊은 달항아리의 위로를 한번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