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저/박지숙 그림
마음산책
인간과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을 집요하게 갱신해온 소설가 김초엽의 두 번째 짧은 소설집 『해파리 만개』가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김초엽은 인간과 비인간이 교차하는 세계를 바탕으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관계와 문제의식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해왔다. 첫 짧은 소설집 『행성어 서점』이 서로 다른 존재가 마주하는 낯선 세계를 열어 보였다면, 『해파리 만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규정할 수 없는 존재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구분해온 방식을 되묻는다.
풍경을 응시함으로써 순간을 고정시키는 힘이 생겼다고 믿는 ‘모래’, 갑자기 생겨나 증식하며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는 ‘해파리’, 몸에 닿는 순간 알 수 없는 생각과 느낌을 주입하는 ‘끈적이’, 인간의 필요에 따라 개발되었다가 쓸모를 다하자 버려진 ‘네모’, 우주선에 불시착해 눈물을 전파하는 애물단지가 된 ‘젤리’, 기이한 생명력을 품고 인간과 교감하는 ‘골렘’까지 『해파리 만개』에는 익숙한 질서에 매끄럽게 포섭되지 못하고 어긋난 상태로 남아 있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불편함을 동반한 채 인간의 반경 안으로 스며드는 그들을 김초엽 작가는 중심으로 불러내며, 그 자체로 세계를 구성하는 또 다른 존재임을 인식케 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쓸모, 기능, 효율과 같은 기준과 질서가 흔들리는 자리에서, 독자는 인간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설명되지 않는 것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