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나 저
이야기장수
“어쩌면 어른이란 그런 모습일지도.
추스르기도 힘든 감정에 멱살을 잡힌 채로도
나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
감정이 지나간 자리를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김이나 작사가가 일상에서 궤도를 크게 이탈한 순간, 다시 자신을 구원해내는 작은 일들에 대해 써내려간다. 내 마음을 조용히 무너뜨리는 사람과 세상의 일들 사이에서 다시 몸을 일으켜 나의 궤도로 돌아가는 일은 단 한 걸음의 용기에서 시작된다. 김이나 작사가는 오디션이라는 무거운 평가 앞에서 떨고 있던 지원자들이 눈물을 쏟으며 끝내 한 걸음 걸어나와 다시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게 하듯이,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별밤지기로서 매일 밤 라디오 전파에 청취자들이 오늘을 놓아보내고 내일을 다시 시작할 힘을 실어 보내듯이, 휘몰아치는 사랑의 감정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들이 가만히 자신의 마음을 응시하게 하듯이,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게 하는 고요하고도 힘찬 말들을 여기에 기록했다.
책을 열면 오랫동안 우리 일상 공간에 실재하는 작은 버스정류장만을 그려온 정빛나 작가의 일러스트가 사소한 것들을 보듬는 김이나 작가의 문장과 조화를 이루어, 인적 드문 어느 정겹고 아름다운 동네를 산책하고 돌아온 듯 마음이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