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는 ‘빛의 대가(the master of light)’라며 치켜세웠다. 40년 동안 4천 점에 이르는 작품을 그리며 쉼 없이 일한 소로야는 안타깝게도 그림을 그리다 쓰러졌고, 그 마지막 작품은 미완으로 남았다.그리고 100년간 깊은 잠에 빠진 듯 스페인 바깥 세계에선 거의 잊혀졌다. 하지만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과 감동이 있는 소로야의 위대한 작품은 어느 때든 환하게 빛났다.
파리는 수많은 명화를 낳은 도시이자 그 그림들로 인해 영원히 기억될 ‘예술의 수도’이기에. 프랑스 역사·문화에 정통한 예술사학자가 예술가들이 사랑한 파리로 독자를 안내한다. 고흐의 ‘그랑드자트 다리’, 르누아르의 ‘퐁뇌프’, 수잔 발라동의 ‘몽마르트르’, 쇠라의 ‘에펠탑’… 그들이 사랑하고 작품을 남기던 그 시대의 그 거리는 오늘도 그림이다.
소로야는 순수한 기쁨을 위해 그린 이 그림들에 화가는 서명조차 남기지 않았다. 직접 설계하고 공들여 지은 자택과 정원은 그 자체로 소로야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소로야의 정원 그림은 그의 말처럼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을 관조하려고 만든 추억 혹은 인상”이다. 이 책은 그가 사랑한 스페인의 아름다운 정원들(세비야의 알카사르, 그라나다의 알람브라와 헤네랄리페)부터 인생의 마지막 작품으로서 직접 가꾸고 그림으로 남긴 소로야 자택 정원까지 아우른다.
시시각각 변하는 햇살 아래 “빠르게 그리지 않으면 다시 만나지 못할 풍경들이 사라질 테니까.” 따가운 햇살 아래, 모래바람 속에서도 커다란 캔버스를 세우고 해변에서 작업한 호아킨 소로야의 대표작들, 고객의 주문이나 전시 따위는 잊고 작은 나무판에 쓱쓱 그린 소품까지, 이 그림들은 바다 앞에서 가장 뛰어났고 행복했던 한 화가의 예술과 삶을 비춰 보여주며, 한 세기를 지나서도 여전히 밝은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