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 : SF 시집
김혜순,신해욱,이제니,김승일,김현,서윤후 등저
|허블
- SF적이면서도 시적인 것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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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 소설의 저변을 넓혀 온 허블에서 국내 최초로 ‘SF 시집’을 펴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김혜순 시인부터 새로운 감각의 시를 쓰는 고선경, 유선혜 젊은 시인까지 12명 시인이 시의 영원성과 SF의 무한함을 우리에게 선보인다.
2025.11.28 소설/시 PD 김유리
- 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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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를 낭독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까마귀와 사마귀가 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우주가 바깥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 청중들은 알까?
--- 「에밀리의 방」 중에서
내게 속하지 않는 것들로 나를 이루는 소외의 쓰라린 목록. 식별할 수 없는 상실의 목록. 휩쓸리는 고독의 목록. 무차별이다. 평등하다.
--- 「괄호 안에 은총을 하나의 은총을」 중에서
무한은 원과 선과 면과 점과 흙과 바람 사이에서 자꾸만 작아지면서 자라나고 있다
--- 「되기 - 거울을 바라보는 거울」 중에서
나는 실의에 빠진 상태로 산책도 갔다 왔다고 말했다.
더 잘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 잘 살기 위해서만 사는 것들을 혐오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 「콘솔」 중에서
이마에 뾰꼬뾰고 유록색 잎이 돋아나는 자연발생학적 인간 포기 그 신비를 꿈꾸는 것일 테다
--- 「죄인 되기」 중에서
내가 오늘 들고 있을 부케는 우주대폭발
한 아름에 받을래? 양손으로 쥐어볼래?
--- 「드론과 결혼하기」 중에서
우주는 강아지가 산책하는 넓은 운동장, 무서운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그렇게 상상해요.
--- 「크런치」 중에서
연구실이나 병원 복도에 밴 특유의 공기를
보지도, 듣지도, 맡지도 못하면서 어슬렁대는
하릴없고 말 많은 유령들을 위한 것
--- 「얼굴」 중에서
어떤 시를 쓰게 될지는 결코 알 수 없고 시를 쓰면서 조금 알게 되거나 재수가 없으면 영영 모르게 될 수도
--- 「매일은 조금 일요일 같다」 중에서
하지만 자기야, 그러니까 당연히, 내가 사라질 거야. 자기는 살아서 나를 기억해야지.
--- 「사랑과 자유와 평화」 중에서
슬프기 때문에 우는 생물은 인간이 유일하다는 가설은 이론의 여지가 있다. 슬프기 때문에 괴물을 만들어 내는 생물은 인간밖에 없겠지만.
--- 「세기말적 의문」 중에서
빛으로 빨려 들어가는
시간 속을 유영하기
조금씩 확장되어 가는
모체 속의 자신을 느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