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송지현,박서련,서유미,안보윤,임현,정용준,정이현 저
|문학동네
- 2026년 당신의 세계를 더 풍요롭게 할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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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10년 이상 작가들이 발표한 단편 중 압도적인 7편을 뽑는 김승옥문학상. 2026년에는 송지현 작가가 「누구보다 잘하는 일」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가족의 의미를 비롯해 욕망, 인간 소외 등의 문제의식을 골고루 담아낸 작품집.
2026.10.20 소설/시 PD 김유리
- 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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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누구보다 잘하는 일」
「누구보다 잘하는 일」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단순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 가족은 사랑의 공동체이기 이전에 기억의 공동체다. 그리고 기억은 때로 사랑보다 무겁다. 자매가 ‘소리 없이 우는 것’을 잘하는 사람인 동시에 ‘기억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중요하다. _김화영(불문학자‧문학평론가)
“통화는 보통 옥씨의 간드러지고 다정한 목소리로 시작됐다. 하지만 늘 옥씨가 화를 내거나 한탄하거나, 자매가 옥씨 모르게 조용히 울거나 하는 것으로 통화는 종료되었다. 우는 걸 들키면 통화는 끝나지 않았으므로 자매는 그들이 울고 있다는 걸 옥씨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살아오는 내내 노력했다. 그 결과 자매는 소리 없이 우는 데 익숙해졌고, 덕분에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하나쯤은 있다는 생각에 묘한 위안을 얻기도 했다.”
□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가 당선되어 등단. 내일의 한국작가상, 허균문학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등 수상.
박서련 「변신 이야기」
「변신 이야기」를 읽고 났을 때 가장 강하게 남는 반응은 무엇일까. (…) 소설이 소설만의 물성으로 독자를 끌고 가버린 뒤에 남는 얼얼한 감각일까. 소설이 던져놓은 태연하고도 거친 설정에 설득되어버린 나, 어떻게 내가 이 이야기를 믿고 있지? 어떻게 이렇게 사로잡히고 있지? _최은미(소설가)
“살아남을 것. 동족 포식으로라도 배곯지 않을 것. 번식할 것. 후손을 남겨 이 종을 보존할 것. 수컷 뱀에게는 같은 수컷뿐 아니라 암컷도 번식 경쟁의 적대자라서, 나는 그 뱀이 나를 미워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뱀은 나를 자기의 반려로 여겼다.
그 뱀은 나를 사랑했다.”
□ 2015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미키마우스 클럽」이 당선되어 등단. 한겨레문학상, 2021년 젊은작가상, 김유정문학상 등 수상.
서유미 「신년음악회」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데 있어 서유미만한 스킬을 보여주는 작가가 있을까. (…) 음악회를 통해 포착해낸 삶의 작은 기미와 설렘, 지루하고 기분 나쁜 울렁임, 불안으로 인해 흔들리는 마음 등, 서유미가 쌓은 작은 디테일들은 허구의 세계를 진짜의 세계인 것처럼 신뢰하게 만든다. _강영숙(소설가)
“무대 위에 서 있는 합창단원들의 노래 부르는 모습만 보였다. 효진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그 부드러운 일렁거림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즈음 효진의 마음에 아름다운 것은 없었고 무엇이든 태워버릴 것 같은 분노와 매사를 시큰둥하게 여기는 허무만 자욱했다. 먼 곳에 존재하고 멀리서 노래하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위안받고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 2007년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 창비장편소설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등 수상.
안보윤 「커튼콜도 없이」
시장 사회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덕적 삶을 성찰하는 일, 그 삶에 내재한 모순과 착종, 희극과 비극을 알아보는 일은 중요한 사안이다. 「커튼콜도 없이」와 이전의 몇몇 단편으로 미루어보건대 나는 안보윤이 문학의 오래됐으나 변함없이 위대한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_황종연(문학평론가)
“내게 있는 돈을 헤아리는 건 구차했고 내게 없는 돈을 상상하는 건 비참했다. 남에겐 있으나 내게만 없는 돈에 대해서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돈 있는 사람과 돈 없는 사람. 누구와 만나든 무슨 일을 경험하든 내 안의 모든 생각이 돈으로 귀결된다는 것. 내가 가장 참기 힘든 건 그것인지도 몰랐다.”
□ 2005년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 자음과모음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수상.
임현 「너는 나의 이야기」
소설의 면면은 삶의 곤란을 껴안으면서도 어떻게 수탈되지 않고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고양감을 채워주는가를 보여준다. (…) 장형자씨가 여러 불행을 겹쳐놓은, 그저 조형에 가까운 인물이라면 나는 슬프기는 하되 숭고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소설은 읽는 이를 구원한다. _김금희(소설가)
“흙을 만지는 일은 사람을 더욱 고단하게 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다. 대신 어깨를 세우고 누운 채 명근이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평범하고 사소한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그게 몹시 미안하고 무서웠다. 겨우 명근이가 잠깐 옆에 없었을 뿐이었는데…… 달라진 것은 고작 그것 하나였다.”
□ 201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그 개와 같은 말」이 당선되어 등단. 2017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8년 젊은작가상 등 수상.
정용준 「검침원」
그는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없이 썼다. 눈사람을 빚으려는 마음 없이 꾹꾹 뭉친 두 개의 눈덩이가 처음부터 한몸인 듯한 눈사람이 되는 소설을. (…) 우리 시대의 내면 검침원 정용준, 그가 내 마음의 가스 밸브를 살피러 오겠다면 나는 현관에 걸어둔 비밀번호를 기꺼이 알려줄 것이다. _김경욱(소설가)
“하지만 기억하세요. 마음의 거리를 둬야 해요. 친절하지만 무심해야 해요. 애쓰는 것도 노력하는 것도 선을 지키세요.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어요. 친구든 애인이든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해하기 위해 다 알 필요가 없는 것처럼.”
□ 200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되어 등단. 2011년, 2013년, 2016년 젊은작가상, 소나기마을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젊은예술가상, 유심상 등 수상.
정이현 「실패담 크루」
「실패담 크루」는 성과와 취향뿐만 아니라 감정과 느낌마저도 식민화하는 세습 자본의 문제를 다루며 층층이 계급화된 한국사회의 모순과 긴장을 포착한다. (…) 자본주의의 모순을 그린 미술작품조차 이미 포식자들의 취미와 장신구가 된 오늘, 이 옴짝달싹할 수 없게 하는 ‘실패의 기분’이 정녕 누구의 것인지 이 소설은 묻고 있다. _오은교(문학평론가)
“커피와 플레인 페이스트리를 주문했다.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빵을 잘랐다. 빵의 표면에 톱니바퀴 같은 칼을 대는 순간 겉껍질이 얄따랗게 바스러졌다. 부스러기가 순식간에 접시 위에 후드득 쌓였다. 실패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실패는 현상이 아니라 기분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태블릿 피시에 적어놓은 스크립트를 한 줄도 외우지 못했다.”
□ 200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낭만적 사랑과 사회」가 당선되어 등단. 이효석문학상, 현대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