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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함윤이 저 |문학동네
불이 꺼지는 순간,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것들
2026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주인공 막은 제약회사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라히루와 가까워지고, 그를 위해 세상과 부딪힌다. 소중한 이의 불행에 기꺼이 손을 내미는 청춘의 분투는, 연대가 얼마나 뜨겁고 용감한 사랑인지 보여준다.
2026.03.13 소설/시 PD 김유리
책속으로
“제 다리 끊어졌어요.”
“아냐. 네 다리 잘 붙어 있어.”
남자는 눈썹이 짙고 입이 컸다. 한 번 웃자 온 얼굴에 주름이 생겼다. 막은 조금 안도했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저 괜찮아요?” 남자가 말했다. “그래, 너는 괜찮아.” 그가 흰 천으로 막의 이마를 툭툭 두드렸다. 피 묻은 거즈를 버리며 그는 한번 더 말했다.
“별것 아니야…… 금방 낫겠다.”
--- pp.16-17

“꼭 빚지는 미래를 택할 필욘 없어.”
막은 중얼거렸다.
“나는 튼튼하잖아.”
--- p.21

막이 또 성을 내자 두 사람은 목을 젖히고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막은 슬그머니 안심했다. 막은 두 사람이 좋았다. 굳이 둘 사이를 엮은 매듭 안쪽까지 파고들지 않아도 좋았다. 그들과 만나면 공장에서 몇 해를 더 보내도 괜찮겠구나, 안심할 수 있었다. 술자리의 친구들이 농담을 섞어 건넸던 걱정처럼 공장 안의 시간은 마냥 힘겹지도 수상하지도 않았다. 사계절 내내 여기서 약을 섞고 포장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유달리바쁜 하루를 보내도 저녁에는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고 감자튀김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것이었다.
--- pp.47-48

대신 막은 라히루가 집은 김치를 빼앗았다. 젓가락이 맞부딪치는 소리에 황당해하며 웃는 라히루를 따라 웃었다. 마음은 여전히 아렸으나, 아주 깊은 속내에서는 둘둘 말려 있던 기쁨이 여러 방향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는 비슷한 처지야.
그러니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을 거야.
--- pp.59-60

막은 휴대전화 화면에서 크게 확대한 ‘A씨’라는 글자를 문질렀다. 기사 속 A씨의 삶은 서글픈 결말을 향해 필연적으로 달려가는 양 묘사되어 있었다. 문장들을 핥으면 비리고 쓴 맛만이 가득할 것 같았다.
이게 다가 아닌데. 막은 생각했다.
얘는…… 이렇게 어두침침하고 서글프기만 한 사람이 아냐.
더 넓고 많은 애야.
--- p.92

여름의 볕을 그대로 흡수한 바닥의 열기가 뺨과 이마에 번졌다. 얼굴을 감춘 채, 막은 공연스레 라히루의 이름을 떠올려보았다. 너 이걸 봐야 해. 막은 바닥을 향해 되뇌었다.
이걸 봐,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말이야. 난 오로지 널 위해 버티고 있는 거야.
--- p.128

막은 한데 모은 무릎을 꽉 끌어안았다. 그 사이에 고개를 묻은 채, 은단의 비밀이 불러올 가능성을 하나씩 셈하기 시작했다.
--- p.138

그 기계들이 모두 동시에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지하로부터 솟구쳐올라 벽 뒤를 흐르며 기계들을 달리게 만드는 힘이 전부 사라진다면? 막은 침묵과 어둠 속에 놓인 공장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기계들은 혼절하듯 멈추고, 사람들은 앞이 보이지 않아 허둥댈 것이다. 그 모든 풍경이 더할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다.
--- pp.151-152

난 진짜 너를 알아. 너는 기사에 음울한 색으로만 적혀 있던 A씨와는 달라. 너는 튼튼하고 반짝이는 사람이지. 비극의 그림자가 쉽게 삼킬 수 없을 만큼 근사해.
--- p.203

“그럼, 그럼 저는 책임을 어떻게 져요?”
서영의 눈동자는 이제 어느 정도 초점을 되찾아 있었다. 그 눈이 막을 위아래로 훑었다.
“저도 몰라요.”
서영의 손이 막의 손등을 덮었다. 열대야 속에서도 지하실의 기운이 밴 살갗은 여태 차가웠다.
“알아서 해요, 막씨.” 서영이 다시 말했다. “알아서 하라고요. 저도 그럴 테니까…… 각자 할 수 있는 걸 해요. 우리한테는 그 수밖에 없어요.”
--- p.253

“나는 그애를 사랑하고…… 그래서 잘 알아요. 나한테 걔는 핑곗거리 같은 게 아니에요. 그보다 훨씬 넓고, 많고, 다양하고……”
막이 말하는 동안 서영의 눈은 막의 입술에 쐐기처럼 꽂혀 있었다. 이윽고 그 눈이 느리게 젖어들었다. 서영이 손을 들어 막의 뺨을 매만졌다.
“그래, 맞아요.” 그가 말했다. “고마워요.”
--- p.254

조안은 이야기했다. 다들 더 잘해보기 위해 실수하고, 실패하고, 가끔은 패배까지 하는 것이라고. 그중 누구의 손목 인대도 늘어나지 않게 하려고, 또 어떤 사람의 손가락 마디도 다치지 않게 하려고 모여 만든 것이 이 노동조합이었다. 이번에 해고당한 이들도, 급작스레 계약이 만료된 이들도 통틀어 보호하고자 만든 영역이기도 했다.
--- p.268

“너 내게 바라는 게 있어?”
(중략)
마침내 은단이 입을 열었을 때, 막은 자신 또한 몹시 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라지 않을 거야, 막아. 아무것도…… 그게 내 자부심이야.”
어금니에 들어간 힘이 풀렸다. 그제야 추위가 느껴졌다. 막은 부들부들 떨면서, 눈사람처럼 새하얘진 옆 사람을 보았다. 눈썹과 이마, 머리카락과 콧잔등, 어깨와 발등에 쌓인 눈의 결정들을 감상했다. 자신 또한 비슷한 몰골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보면 둘 다 불쌍하고 미련해 보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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