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리처드 탈러,알렉스 이마스 저/임경은 역/최정규 감수
|리더스북
- 가장 비합리적인 존재,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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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탈러가 50년간의 행동경제학 연구를 집대성했다. 방대한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시장과 투자에서 반복되는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을 분석하며, 현대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2026.03.10 경제 경영 PD 오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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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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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넣기로 결정한 장은 통합, 재배열, 편집 등 몇 가지 작업을 거쳤다. 대신 우리는 스스로 독특한 규칙을 정했다. 각 장의 본문은 원하는 만큼 수정하고 결합했지만, 원논문이 발표될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적 사실이나 이론적 발견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렇게 매우 특이한 규칙을 정한 이유는 원논문의 목적이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놀라운 증거를 고려하게 하려는 것이었던 만큼, 당시의 기조와 시간성을 고스란히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마스의 주도로 모든 장에 추가한 ‘업데이트’처럼 이 책에 새로 포함된 내용에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업데이트는 ‘이 사실은 여전히 유효할까? 만약 그렇다면, 현실 세계에서도 중요한 것으로 입증되었을까?’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p.23, 「서장. 날카로운 의심에서 견고한 확신으로」 중에서
협조를 ‘비표준적’ 방식으로 설명하는 개념 중 하나는 이타성이다. 이타성의 한 형태는 사람들이 ‘타인의 행복에서 느끼는 기쁨’에 의해 동기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안드레오니가 순수한 이타성이라고 명명한 이 동기는 일찍이 애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다음과 같이 설득력 있게 표현한 바 있다. “아무리 이기적인 인간이라도 그의 본성에는 분명 몇 가지 도덕적 원칙이 내재해서, 타인의 운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행복도 중요시한다. 비록 관찰자로서 느끼는 기쁨 외에 아무런 물질적 이득이 없더라도 그러하다.” 이런 기쁨도 어떻게 보면 ‘이기심’의 발로겠지만(인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므로 이타성은 그 자체로 불가능하다는 현학자들의 주장처럼), 스미스의 구절은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돌아가는 긍정적 보수도 사람들의 동기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협조하고픈 동기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동기만으로는 공공재에 대한 기여를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다.
---p.76, 「2장. 협조」 중에서
그러나 경험 많은 시장 참여자들도 머그잔과 펜을 거래하는 학생들과 같은 유형의 초기 부존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연구 팀은 인도 주식시장의 IPO를 연구했다. IPO 절차는 한 기업이 대중을 상대로 공모주를 처음 발행하는 것이다. 인도에서 IPO 주식은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므로, 잠재 매수자는 무작위 추첨에 참여해 뽑혀야 주식을 구매할 기회를 얻는다. 애나골의 연구 팀은 이 자연 실험을 활용해, 공모 당첨자와 비당첨자의 보유 주식을 비교하고 최초 발행된 주식이 결국 누구 손으로 들어갔는지 살펴보았다. 이 장의 서두에 소개된 단순한 학교 실험과 마찬가지로, 경제 이론상으로는 최초 주식이 무작위로 분배되므로 시장 청산이 이루어지면 최초 당첨자 중 주식을 보유한 사람의 수와 비당첨자들 중 주식을 보유한 사람의 수가 같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학교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IPO 당첨자가 주식을 보유하려 하는 경향이 훨씬 높았다.
---p.140, 「4장. 초기 부존 효과, 손실 회피, 현상 유지 편향」 중에서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은 EUT 발전의 시초가 된 자신들의 저서에서 이러한 합리적 선택의 공리를 결합하면 강력하면서도 절대 자명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됨을 증명했다. 어떤 사람이 이 공리들을 충족한다면, 위험한 가능성에서 얻는 효용은 각 가능한 결과로부터 얻는 효용의 기댓값과 같다는 것이다. 고로 ‘기대 효용 이론’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이 단순하고도 세련된 위험 회피적 기대 효용 극대화 모형은 경제학의 이론 및 실증 연구에서 흔히 언급된다. 그러나 본 책의 중요한 주제는 합리적 선택 이론과 그 모형이 아무리 논리적 설득력이 있더라도, 사람들이 실제로 이러한 방식으로 행동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기대 효용 극대화 전략과 명백히 모순되는 행동 사례가 많음을 보여줄 것이므로, 규범적 이론 외에도 불확실성하에서의 선택을 설명하는 기술적 이론이 필요하다. 이 조건에 맞는 이론의 유력한 후보는 전망 이론이다.
--- p.151-152, 「5장. 불확실한 선택의 심리학」 중에서
이 장의 내용은 지수 할인이 행동 예측에 썩 능하지 않다는 새뮤얼슨의 경고를 재소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이상 현상을 밝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자율과 연동된 한 가지 고정된 할인율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서,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실제 관찰된 사람들의 행동으로부터 할인율을 도출하면 ‘음수’에서 연 수백 퍼센트까지 천차만별로 나온다. 외견상 음의 할인율(즉 현재보다 미래를 중시하는 것)을 보이는 예 중 잘 알려진 것은 미국의 대부분 납세자가 매년 미국 국세청으로부터 받는 세금을 환급받는 것을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매년 초 한꺼번에 환급을 받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정부에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는 셈이다. 납세자는 쉽게 이를 피할 수 있다. 고용주에게 한 페이지짜리 양식을 제출해(지금은 온라인으로 제출한다) 원천징수율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p.207, 「7장. 현재와 미래 사이의 선택」 중에서
심리적 회계 개념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예컨대 최근 『뉴욕 타임스』의 십자 낱말 맞히기에 실린 한 문제는 ‘손해 본 곳에 또 돈을 쏟아붓는 것에 대한 정당화’였다. 정답은 물론 ‘매몰 비용의 오류’였다. 최근에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워낙 많아 다 정리하기 어렵지만, 몇 가지 눈에 띄는 연구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먼저 미시경제 쪽부터 시작하고 거시경제로 넘어가겠다. 이 사례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가계가 저축이나 소비를 결정할 때 돈을 대체 가능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창기 연구에서는 심리적 회계가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가상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소비자 지출, 투자 결정, 저축 선택에 대한 실제 데이터에서 돈의 대체 가능성을 위배하는 사례가 상당히 발견되었다.
---p.254, 「8장. 저축, 대체 가능성, 심리적 회계」 중에서
지금까지 논의된 연구에서는 선호 역전이 질문 방식의 차이 때문에 발생했다. 이와 달리 지금부터 논의할 연구들은 결정이 내려지는 상황과 그 결정이 ‘경험’될 방식의 차이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 평가 과정은 다르지 않다. 먼저 살펴볼 사례의 핵심은 사람들이 한 재화를 따로 평가할 때와 여러 재화를 동시에 평가할 때의 심리 차이다. 이른바 개별 대 비교 평가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선택지 간의 사소한 차이가 재화를 개별적으로 대했을 때보다 여럿과 비교했을 때 더 두드러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크리스토퍼 시는 소비자가 매장에서 TV를 비교할 때처럼 물건을 선택할 때 선호 역전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는 대개 다양한 모델을 비교 평가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최종 구매한 모델만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설득력 있는 사고실험을 제시했다. 스테레오 스피커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오디오 매장에서 여러 모델을 비교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마침내 비슷한 가격대의 두 모델 A와 B로 선택 범위를 좁혔다. A 스피커는 B 스피커보다 음질이 확연히 좋지만 모양이 예쁘지 않다. 어떤 모델을 선택해야 할까?
--- p.279-280, 「9장. 선호 역전」 중에서
여기까지가 우리가 효율적 시장 가설의 예측 불가능한 측면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말의 전부다. 우리는 이 책 초판에 제시한 이상 현상이 출판된 이후에도 반복된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논쟁에서 승자가 누구라고 선언하지는 않겠다. 그보다 시장 효율성의 또 다른 측면, 즉 주가가 자산의 좋은 추정치가 된다는 것에 대한 증거를 검토해보려 한다. 다시 말해 가격은 ‘올바르게’ 책정된다는 주장을 검토할 것이다. 물론 이를 검증하는 것 또한 어려울 수 있다. 애플이나 테슬라의 주가가 올바르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특히 그 가격이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현금 흐름을 반영한다고 보면, 더욱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효율적 시장의 원리 중 검증 ‘가능’한 것이 하나 있으니, 같은 유가증권은 동시에 큰 차이가 나는 가격으로 거래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일물일가의 법칙이라고 한다. 일물일가의 법칙 위배는 이상 현상을 입증하는 스모킹 건인 데다 발생 빈도도 높다. 이것이 다음 장에서 다룰 내용이다.
---p.323, 「11장. 효율적 시장 가설의 두 얼굴」 중에서
우리 두 필자에게는 지난 수십 년간 자산 가격이 일물일가의 법칙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신고할 의무가 있다. 사실 오늘날에도 흔히 위배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바로 점점 더 재미있는 이상 현상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AMC는 세계 최대의 영화관 체인으로 팬데믹 때 큰 타격을 입었다. 영화관들은 속속 문을 닫았고, 다시 문을 연 후에도 관객 수는 신통찮았다. 봉쇄령이 내려진 기간 동안 영화 관람 등 사교 활동과 멀어진 많은 고객들이 고급 홈 시어터를 장만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7년 초 300달러가 넘었던 AMC의 주가는 2020년 초 64달러로 폭락했다. 1년 후에는 21달러로 폭락하며 파산으로 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게임스톱처럼 밈 주식이 되어 50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한 회사의 주식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사들이고 있을 때, 그 회사 CEO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 대응 방법은 당연히 흥분한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주식을 파는 것이다. 그리고 AMC의 CEO 애덤 에런은 이를 확실히 실행했다. 그리고 그는 영리하게도 주식을 팔아 번 돈을 고금리 부채를 갚는 데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