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저
문학동네
누군가와 가까워질 때는 그의 모든 것이 온다
거짓 없이, 감춤 없이, 후회 없이
담대한 용기로 빛나는 순백의 글쓰기
『밝은 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첫 산문집
『백지 앞에서』는 작가가 처음 털어놓는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누군가에게 버려지고 다시 혼자가 될 것 같은 두려움에 착취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했던 시절에 대한 기록부터 갑상선암 진단을 받아 병원을 자주 오가야 했던 지난겨울의 이야기, 어린 시절에 형성되어 짧지 않은 시간 지속되었던 외모에 대한 강박, 동물권과 세월호 참사 등의 사회문제를 아우르며 우리가 서로 연루되어 있다는 감각을 일깨우는 목소리까지, 최은영이라는 한 명의 작가이자 개인을 이루는 것은 무엇인지 하나씩 꺼내어 보인다. 특히 표제작 「백지 앞에서」는 꽤 오랜 시간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고 여겨온 작가의 뜻밖의 고백을 통해 삶을 추동하고 치유하는 글쓰기의 의미를 헤아리게 한다.
최은영의 글쓰기는 ‘순백’을 닮았다. 이때의 순백이란 내용이 아니라 형식을 가리킨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깨끗하고 맑은 내용을 담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편에 놓인, 얼룩과 그림자가 새겨진 상태를 숨김없이 전부 보여주고자 하는 결기에 가까운 태도를 뜻
한다. 우리 각자의 내밀한 비밀과 상처는 남몰래 숨겨둔 일기장에,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인터넷 검색창에, 조용히 내뱉는 혼잣말 속에 흘려보내는 게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세상 속에서 최은영의 진실은 바로 여기 이 산문집에 온전히 담겨 있다.